남자성인용품점 위로가 되기도
- 노바나나
- 4월 9일
- 1분 분량
내 우울함을 이렇게도 잊어버릴 수 있을 줄은 몰랐다. 늘 반복되는 하루, 일에 치이고 사람에 지쳐 있을 때 문득 나만 그런 게 아니라는 사실이 위로가 되기도 했다. 어느 날, 지인의 이야기 속에서 ‘남자성인용품점’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처음엔 웃어넘겼지만, 이상하게도 자꾸 생각이 났다. 그게 단순한 호기심이었는지, 아니면 나도 모르게 뭔가를 찾고 있었는지는 몰라도 결국 나는 조심스럽게 그곳을 찾았다.

남자성인용품점. 처음 들어설 때 느껴지는 어색함은 금방 사라졌다. 공간은 생각보다 차분했고, 어딘가 모르게 따뜻했다. 흔히 생각하듯 자극적인 분위기보다는, 조용히 자기 자신을 마주할 수 있는 공간 같았다.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할 때,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할 고민을 안고 있을 때, 그저 웃고 넘기기엔 너무 무거운 마음을 안고 살아가는 남자들에게 이런 공간이 있다는 게 고맙게 느껴졌다.
상품 하나하나를 천천히 살펴보며, 나는 생각보다 많은 위로를 받았다. 꼭 무언가를 구매하지 않아도 괜찮았다. 진짜 중요한 건, 이런 것도 괜찮다는 걸 스스로에게 인정해 주는 시간이었다. 사회는 늘 남자에게 강해지라고만 말한다. 힘들어도 참고, 외로워도 숨기고, 말없이 버티는 걸 미덕처럼 여기기도 한다. 하지만 그 강함 속엔 너무 많은 상처가 쌓인다. 누구에게도 말 못 할 감정들을 해소할 출구가 필요하다. 그리고 그 출구는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을 수도 있다.
남자성인용품점은 단순히 제품을 파는 곳이 아니다. 스스로를 위로하고, 혼자만의 시간을 온전히 누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공간이다. 어떤 이에게는 어색함일 수 있지만, 어떤 이에게는 위로이고, 치유이고, 또 다른 시작일 수 있다. 남의 우울한 이야기 속에서 내 우울함이 사라졌다고 말했던 것처럼, 이곳에서 조용히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누군가에게는 그런 위로가 될지도 모른다.
아무것도 아닌 듯한 하루, 지나고 보면 마음 한 켠이 무너져 있을 때가 있다. 그럴 때면 나는 다시 그 조용한 공간을 떠올린다. 남자성인용품점. 말없이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듯한 그곳은, 누군가에겐 단지 상점일지 몰라도 내겐 소중한 쉼표가 되어 주었다. 누군가의 인연이 선물이었다면, 나에겐 그 공간이 선물 같은 위로였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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